대법 "노사협의회 정기회의, 안건 없어도 3개월마다 열어야"… 신문사 대표 벌금형 확정
1. 사건의 개요: '회의할 안건이 없어서…' 사장님 변명, 법원은 'NO'
"특별히 논의할 안건도 없는데, 굳이 매번 노사협의회를 열어야 하나요?" 많은 사업주가 가질 수 있는 생각이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습니다. 대법원은 인천 소재 일간신문사 B사의 전직 대표이사 A씨(70)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법정 기한(3개월마다) 내에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혐의(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A씨 측은 "실무자가 보고하지 않아 몰랐다"거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노사협의회 의장이기도 했던 대표이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특히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는 구체적인 협의·의결 안건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3개월마다 개최되어야 하며, 사용자는 이 회의에서 경영 계획 및 실적 등을 성실히 보고·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노사협의회 운영의 형식적 요건 준수 의무와 사용자의 정보 제공 책임을 강조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2. 분쟁 해결의 여정: 정기회의 미개최에서 벌금형 확정까지
신문사 대표 A씨의 근로자참여법 위반 사건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았습니다.
- ①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 미개최: A씨, 인천 B신문사 대표 및 노사협의회 의장으로 재직 중(2019년 12월~2022년 12월), 2021년 2·3·4분기 및 2022년 2·3분기 등 총 5차례에 걸쳐 법정 기한(3개월마다) 내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를 개최하지 않음.
- ② 수사 및 기소: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또는 내부 고발 등으로 위반 사실 적발. 검찰은 A씨를 근로자참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
- ③ 1심 판결 (유죄): 1심 법원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50만원 선고. "실무자 미보고를 책임 조각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
- ④ 항소 제기 및 항소심 판결 (유죄, 항소 기각): A씨 항소. 항소심 법원 역시 A씨가 분기별 회의 개최 의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미개최에 대한 고의나 책임 조각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벌금 50만원 형을 유지.
- ⑤ 상고 제기 및 대법원 판결 (유죄, 상고 기각): A씨 대법원에 상고. 대법원은 2025년 5월 1일, 하급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위법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최종 기각. 이로써 A씨의 벌금 50만원 형이 확정됨.
3. 법률 조력: 근로자참여법 위반 사건의 변론
- 피고인(A씨) 측면: 변호인은 ① A씨가 정기 회의 미개최 사실을 몰랐거나(고의성 부인), ② 실무진의 착오나 보고 누락으로 인한 것이며 대표에게 직접적인 비난 가능성이 없다는 점(책임 조각), ③ 특별한 협의·의결 안건이 없어 회의 실익이 없었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무죄 또는 선처를 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검찰(또는 특별사법경찰관) 측면: 검찰은 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 개최는 사용자의 기본적인 의무이며, 특별한 안건 유무와 관계없이 개최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대표이사이자 협의회 의장인 A씨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논리 심층 분석: '정기 회의'는 '의무', '안건 유무'는 불문
대법원이 A씨의 유죄를 확정한 핵심 논리는, 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는 법률로 강제된 의무이며, 이는 특정 안건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반드시 분기별로 개최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 ① 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의 지위와 목적: 대법원은 먼저 근로자참여법의 취지를 강조했습니다.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상시적 협의 기구"입니다. 즉, 노사 간의 지속적인 소통과 정보 공유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목적입니다.
- ② '정기 회의' 개최 의무의 강행성 (제12조 제1항): 이 법 제12조 제1항은 "협의회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을 사용자의 재량 사항이 아닌, 반드시 이행해야 할 '법적 의무'로 해석했습니다.
- ③ '정기 회의'와 '안건'의 관계 (쉬운 설명 포함): A씨 측은 "특별히 논의할 안건도 없는데 회의를 왜 여냐"는 취지로 항변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기 회의의 목적이 단순히 특정 안건을 '협의'(법 제20조)하거나 '의결'(법 제21조)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 쉬운 설명: 노사협의회, 꼭 3개월마다 열어야 할까? (안건이 없어도?): 회사에는 직원 대표와 회사 대표가 만나서 회사의 중요한 일이나 직원들 복지 문제 등을 논의하는 '노사협의회'라는 것이 있습니다. 법(근로자참여법)은 이 회의를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정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A사장님은 "요즘 별일 없는데, 굳이 회의 열 필요 있나? 직원들도 바쁘고..."라고 생각하고 몇 번 회의를 건너뛰었습니다. 이게 문제가 된 거죠. 법원은 "사장님, 안 됩니다!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는 '오늘 뭐 특별히 결정할 안건이 있나 없나'와 상관없이 무조건 3개월마다 열어야 합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정기 회의는 단순히 안건 처리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회사가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 요즘 이렇게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 계획은 이렇습니다. 인력은 이렇게 운영할 예정이고, 재정 상태는 이렇습니다" 와 같이 중요한 경영 정보를 '성실하게 보고하고 설명해야 하는' 의무적인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즉, 특별한 안건이 없더라도, 회사는 이 정기 회의를 통해 직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고할 게 없어서", "논의할 게 없어서"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 ④ 사용자의 '보고·설명 의무' 이행을 위한 전제: 대법원은 근로자참여법이 사용자에게 "경영 계획 전반 및 실적, 분기별 생산 계획과 실적, 인력 계획, 기업의 경제적·재정적 상황" 등을 정기 회의에서 '성실하게 보고하거나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보고·설명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정기 회의는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즉, 안건이 없어서 회의를 안 여는 것이 아니라, 회의를 열어서 이러한 사항들을 보고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⑤ 피고인의 '고의' 및 '위법성 인식' 인정: 대법원은 A씨에게 정기 회의 미개최에 대한 '고의'가 인정될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항소심)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은 A씨가 "분기별로 노사협의회가 개최돼야 하는 것을 알았던 점으로 보인다"고 적시했습니다. 이는 대표이사로서 법규 준수 의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실무자가 보고하지 않아서'라는 변명은 대표이사의 최종적인 법적 책임을 면하게 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5. 핵심 법률 개념 해설
-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근로자참여법):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노사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고 산업 평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
- 노사협의회 (Labor-Management Council - LMC): 근로자와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들로 구성되어 근로조건, 복지, 생산성 향상 등 다양한 사항을 협의·의결하는 기구. 상시 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에 의무 설치.
- 정기 회의 (Regular Meeting): 노사협의회가 법에 따라 3개월마다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하는 회의 (근로자참여법 제12조 제1항). 안건 유무와 관계없이 개최 의무. (위 4번 항목에서 쉬운 설명 포함)
- 협의 사항 / 의결 사항: 근로자참여법 제20조, 제21조에 규정된 노사협의회의 주요 기능.
- 사용자 책임: 노사협의회 설치 및 운영, 정기 회의 개최 등에 대한 책임은 사용자(대표이사 등)에게 있음.
- 고의 (Intent): 범죄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요소. 이 사건에서는 정기 회의 미개최에 대한 인식과 의사.
- 법리오해: 법률의 의미나 적용 요건을 잘못 해석하거나 적용한 오류. 대법원은 하급심에 법리오해가 없다고 판단.
- 벌금형: 재산형의 일종.
- 상고기각 / 원심 확정: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여 하급심(원심) 판결을 확정하는 것.
6. 사실관계의 명확한 이해: 반복된 의무 불이행
- 피고인 A씨: 인천 소재 일간신문사 B사 전직 대표, 노사협의회 의장 (2019.12~2022.12).
- 위반 행위: 2021년 2·3·4분기, 2022년 2·3분기 등 총 5차례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 미개최.
- 혐의: 근로자참여법 위반.
- 법원 판단: 고의 인정, 위법성 인식 부재에 정당한 이유 없음 → 유죄.
7. 양형 및 처벌 상세
- 최종 형량: 벌금 50만원 확정.
- 벌금형의 의미: 유죄 판결이며 전과 기록이 남습니다. A씨는 벌금 50만원을 국가에 납부해야 합니다. 이는 근로자참여법 위반에 대한 형사 처벌입니다.
- 수감 여부: 벌금형이므로 교도소 수감은 없습니다.
- 추가 불이익 가능성?: 대표이사로서 법규 위반 사실은 기업 이미지 등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8. 노사협의회 제도의 실효성 확보: 시사점과 과제
노사협의회는 우리나라 노사 관계에서 중요한 소통과 협력의 창구입니다. 이번 판결은 그 운영의 기본 원칙을 강조합니다.
-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는 '형식' 아닌 '법적 의무': 사용자는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를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로 여기거나 임의로 생략해서는 안 되며, 법에서 정한 대로 분기별 개최 의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 '안건 없음'은 미개최 사유 안 돼: 대법원이 명확히 했듯이, 특별한 협의·의결 안건이 없다는 이유로 정기 회의를 열지 않는 것은 위법합니다. 정기 회의는 사용자의 경영 상황 보고 및 설명이라는 자체적인 중요한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 대표이사의 책임 강조: 노사협의회 운영 및 법규 준수에 대한 최종 책임은 사용자, 특히 대표이사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실무자의 보고 누락 등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 근로자 참여와 알 권리 보장: 정기적인 노사협의회 개최와 사용자의 성실한 정보 제공은 근로자의 경영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알 권리를 보장하여, 건전한 노사 관계 형성에 기여합니다.
- 처벌 수위와 실효성: 비록 벌금 50만원이 중한 처벌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유죄 판결 자체가 사용자에게 경각심을 주고 법규 준수를 유도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복적인 위반이나 악의적인 미개최에 대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예: 과태료 상향, 감독 강화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9. 결론: 노사협의회 정기회의, '선택' 아닌 '필수'… 안건 없어도 열어야
대법원이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를 5차례나 열지 않은 신문사 전 대표에게 벌금형을 확정한 것은, 근로자참여법상 정기 회의 개최 의무가 사용자의 단순한 재량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 강행 규정임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특히, "논의할 안건이 없다"는 이유로 회의를 생략할 수 없으며, 정기 회의는 그 자체로 사용자가 경영 상황 등을 근로자 대표에게 성실히 보고하고 설명하는 중요한 소통의 장이라는 점을 대법원은 강조했습니다.
이 판결은 모든 사업장의 사용자와 노사협의회 담당자들에게 노사협의회 운영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형식적인 운영이 아닌 실질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해 근로자의 권익 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할 책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소통 없는 노사'는 결국 불신과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법이 정한 최소한의 소통 창구인 노사협의회 정기 회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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