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 취득 후 즉시 국적회복 신청, 병역기피 아니다… 법원의 판단 기준은?

1. 사건의 개요: 국적회복 신청과 '병역기피' 낙인
1986년생 대한민국 남성 A씨. 그는 2022년, 만 36세가 되던 해에 자진하여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미국 입국 시 겪는 불편(2차 심사)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외국 국적 취득으로 대한민국 국적은 자동 상실되었습니다(국적법 제15조). 그런데 A씨는 미국 여권을 발급받자마자 대한민국 법무부에 곧바로 국적회복을 신청했습니다.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국적을 상실했으므로, 국적회복을 허가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국적법 제9조 제2항 제3호). 행정심판에서도 구제받지 못한 A씨는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법무부의 불허 처분이 위법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판결은 국적회복 심사 과정에서 '병역기피 목적'을 판단하는 기준, 특히 신청인의 연령과 병역의무 이행 기간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법적 논점을 제시합니다.

2. 분쟁 해결의 여정: 국적회복 신청부터 행정소송 승소까지
국적회복 신청 및 관련 불복 절차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 ① 대한민국 국적 상실: 대한민국 국민이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그 즉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합니다. (국적법 제15조 제1항)
- ② 국적회복 허가 신청 (전(前) 국민 → 법무부 장관):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외국인(A씨)은 법무부 장관에게 국적회복 허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국적법 제9조 제1항) 신청 시에는 국적회복 신청서, 외국 국적 취득 원인 및 일자 증명 서류, 가족관계 증명서, 범죄경력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 ③ 법무부의 심사 및 허가/불허 결정: 법무부 장관(위임을 받은 출입국·외국인관서장 등)은 신청인의 과거 국적 상실 경위, 현재 신분 및 품행, 국내 생계 유지 능력, 그리고 국적법 제9조 제2항 각 호의 불허 사유 해당 여부 등을 심사합니다. 특히, '국가나 사회에 위해를 끼친 사실이 있는 자',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 등에 해당하면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무부는 A씨가 '병역기피 목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불허 처분을 내렸습니다.
- ④ 행정심판 청구 (신청인 → 중앙행정심판위원회 - 선택적): 법무부의 불허 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A씨는 이 절차를 거쳤으나 기각되었습니다.
- ⑤ 행정소송 제기 (원고 → 행정법원): 행정심판 결과에도 불복하거나 이를 거치지 않고,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관할 행정법원에 '국적회복불허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A씨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했습니다.
- ⑥ 행정소송 진행 및 판결: 법원은 양측의 주장(A씨의 병역 기피 목적 부인 vs. 법무부의 병역 기피 목적 의심)과 제출된 증거(출입국 기록, 병적 증명서, 국외여행 허가 내역, 진술 등)를 심리하여 법무부 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 1심 법원(서울행정법원)은 원고(A씨)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 ⑦ 항소 및 상고 가능성: 1심 판결에 불복하는 당사자(이 경우 법무부)는 항소(고등법원), 상고(대법원)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법률 조력: 국적 및 병역 관련 행정소송에서의 지원
국적회복 및 병역 문제는 개인의 신분과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신청인(원고) 측면: A씨는 행정소송 전문 변호사, 특히 국적, 출입국, 병역 관련 법규에 능통한 변호사를 선임하여 법무부 처분의 부당성을 다투었을 것입니다. 변호사는 '병역기피 목적'이 없었음을 입증하기 위한 법리 구성 및 증거 제출(예: 해외 체류 사유, 병역 이행 의사 표시 자료 등)에 주력합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지원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 행정청(피고) 측면: 피고인 법무부(장관)는 소속 직원이나 정부법무공단 등을 통해 소송을 수행하며, 국적회복 불허 처분이 관련 법령과 사실관계에 근거한 적법한 재량 행위였음을 주장합니다. 특히 병역기피 목적이 있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있었음을 입증하려 노력합니다.

4. 법원의 판단 논리 심층 분석: '병역기피 목적' 부존재 판단 기준
서울행정법원이 법무부의 '병역기피 목적' 주장을 배척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준 핵심 논리는 A씨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한국 국적을 상실한 시점(2022년)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병역을 기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5. 핵심 법률 개념 해설
- 국적회복 (Recovery of Nationality): 과거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외국인이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는 절차 (국적법 제9조).
- 국적상실 (Loss of Nationality): 대한민국 국민이 특정 사유(예: 자진하여 외국 국적 취득)로 대한민국 국적을 잃게 되는 것 (국적법 제15조).
- 병역기피 목적 (Intent to Evade Military Service): 대한민국 남성의 헌법상 의무인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의도.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3호는 이를 국적회복 불허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목적'은 국적을 상실하거나 이탈할 당시에 존재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 국적법 (Nationality Act): 국적의 취득·상실·회복 등에 관한 법률.
- 병역법 (Military Service Act): 대한민국 남성의 병역의무 부과, 이행 절차, 연기, 감면, 면제 등에 관한 법률. 병역의무 연령(만 18세~만 37세), 면제 연령(만 38세부터) 등을 규정합니다.
- 국외여행 허가 (Permission for Overseas Travel): 병역의무자가 병역의무 이행 전에 국외여행을 하고자 할 때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 허가 기간 동안 병역의무가 연기될 수 있습니다.
- 병역의무 연기 (Deferral of Military Duty): 법령에서 정한 사유(학업, 국외 체류 등)에 따라 병역의무 이행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
- 병역의무 면제 (Exemption from Military Duty): 병역의무 이행 자체가 면제되는 것. 연령(만 38세 이상), 심신장애, 전·공상 등 사유가 있습니다.
- 전문연구요원 / 사회복무요원: 현역 복무 대신 연구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일정 기간 근무함으로써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대체복무 제도.
- 행정소송: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등에 대해 법원에 취소 등을 구하는 소송.
- 국적회복불허처분: 법무부 장관이 국적회복 신청을 허가하지 않는 행정처분.
-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행정청의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로서 행정심판을 관장하는 기관.

6. 사실관계의 명확한 이해: 시점과 의도의 중요성
- 핵심 시점: A씨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한국 국적을 상실한 '2022년'이 중요합니다. 이때 A씨는 만 36세였습니다.
- 병역 상태: 당시 A씨는 국외여행 허가로 병역이 '연기'된 상태였지만, 동시에 병역의무 이행 마감 연령(만 37세)에 매우 근접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연령' 요소를 더 중요하게 본 것으로 해석됩니다.
- 행위의 연속성: 미국 시민권 취득 → 미국 여권 발급 → 즉시 한국 국적회복 신청. 이 일련의 빠른 행위는 '병역 문제가 해결(또는 임박)되자마자 한국 국적을 되찾으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으나, 법원은 그 이면에 '기피 목적'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신청서 내용: 국적회복 신청서에 기재한 '대체복무 이행 계획'은 A씨의 주관적 의도를 보여주는 정황 증거로 활용되었습니다.
7. 국적과 병역 문제: 정책적·사회적 함의
국적회복 심사에서 병역기피 여부를 따지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병역의무가 갖는 중요성과 민감성을 반영합니다.
- 정책적 고려: 법무부는 국적 제도를 악용한 병역기피를 방지해야 할 정책적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 경우 국적회복을 불허할 재량을 가집니다. 그러나 그 재량권 행사는 법적 근거와 합리적인 이유에 기반해야 합니다.
- 법원의 역할: 법원은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가 법적 한계를 벗어났는지(재량권 일탈·남용)를 심사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병역기피 목적'이라는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연령상 의무 이행 기간이 거의 만료된 상태에서의 국적 변경 및 회복 시도만으로는 기피 목적을 추단하기 어렵다고 보아 법무부의 재량권 행사에 제동을 건 것입니다.
- 사회적 인식: 병역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이슈이며, 특히 해외 시민권 취득과 연관될 경우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법적 판단은 여론과 별개로 법령 요건과 증거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 이중국적 문제와의 연관성: 이 사건은 직접적인 복수국적 허용 여부 문제는 아니지만, 국적 변경 및 회복 과정에서 병역 문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국적 정책과 병역 정책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8. 결론 및 시사점: '병역기피 목적' 판단 기준의 구체화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국적회복 신청 심사 시 '병역기피 목적' 유무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국적 상실 행위(외국 시민권 취득 등)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신청인에게 병역을 기피해야 할 실질적인 동기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존재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 연령 요건의 중요성: 특히 병역의무 이행 마감 연령(만 37세)에 임박하거나 이를 경과한 상태에서의 국적 상실 및 회복 신청은, 그 자체만으로 병역기피 목적을 강하게 추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객관적으로 의무 이행 기간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국적 변경은 다른 사유(A씨의 경우 미국 입국 문제 해소 등)에 기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주관적 의사 참작: 비록 자기 방어적 진술일 수 있으나, 국적회복 신청 시 밝힌 병역 이행 의사 등 주관적 요소도 '기피 목적' 부존재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고려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행정 재량의 한계: 법무부가 국적회복 불허 결정을 내릴 때 '병역기피 목적'이라는 요건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되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해야 함을 법원이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판결은, 비록 의심스러운 정황(시민권 취득 후 즉시 회복 신청)이 있더라도, 병역의무 이행 기간 만료가 임박한 연령 등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병역기피 목적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국적회복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유사 사례에서 국적회복 신청인의 권리 구제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행정청의 보다 신중하고 근거에 기반한 심사를 요구하는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