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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임금 2천만원 체불, 원청 건설사도 '연대 책임'… 대법원 판결의 근거와 파장

오픈에어워커이기도 2025. 4. 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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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개요: 하청의 하청, 끊어진 임금 지급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타일공으로 일한 일용직 노동자 A씨. 그는 개인사업자 C씨에게 고용되어 9개월간 전국 현장을 누볐지만, 약 2천 7백만 원의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C씨는 원청(또는 상위 하청)인 건설사 B사로부터 아파트 하자보수 공사를 재하도급받아 A씨를 고용한 사업주였으나,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미등록 사업자였습니다. 임금을 체불한 C씨는 형사 처벌까지 받았지만, A씨는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C씨뿐만 아니라 그의 직상수급인인 B사까지 함께 묶어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B사는 일부 금액 지급 합의 및 국가가 대신 지급한 임금(대지급금) 공제를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으나,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B사에게도 C씨와 함께 '연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하위 단계의 미등록 사업자가 임금을 체불했을 때, 바로 위 단계의 원청(직상수급인)에게 책임을 묻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취지를 명확히 확인하고 적용한 사례입니다.

2. 분쟁 해결의 여정: 체불 발생부터 대법원 확정까지

건설 현장 임금체불, 특히 다단계 하도급과 관련된 분쟁은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① 임금체불 발생 및 노동청 진정/고소: 근로자(A씨)는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직접 고용한 사업주(C씨) 및 원청(B사)에게 지급을 요구하고, 해결되지 않을 경우 관할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 또는 고소를 제기합니다.
  • ② 근로감독관 조사 및 형사 절차 진행 (C씨): 근로감독관은 체불 사실 및 금액을 조사하고, 체불 사업주(C씨)에게 지급 지시를 내립니다. 고의적, 상습적 체불 등 사안이 중대하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여 형사 처벌 절차가 진행됩니다. 이 사건에서 C씨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가 확정되었습니다.
  • ③ 체당금(대지급금) 신청 및 지급 (A씨 → 근로복지공단): 사업주(C씨)가 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거나 지급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A씨)는 특정 요건 하에 근로복지공단에 체불 임금의 일부를 국가가 대신 지급해주는 '대지급금'(과거 체당금)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A씨는 특정 기간(진주 현장)의 체불 임금에 대해 약 200만 원의 대지급금을 지급받았습니다.
  • ④ 민사소송 제기 (A씨 → B사, C씨): 형사 처벌이나 대지급금 지급과 별개로, 근로자(A씨)는 전체 체불 임금 지급을 받기 위해 직접 고용주(C씨) 및 연대 책임이 있는 직상수급인(B사)을 상대로 법원에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 사건이 바로 이 단계입니다.
  • ⑤ 민사 재판 진행 (1심 → 항소심 → 상고심): 법원은 원고(A씨)의 청구와 피고들(B사, C씨)의 항변(합의 주장, 대지급금 공제 주장 등)을 심리합니다. 특히 B사의 연대 책임 성립 요건(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충족 여부, 합의의 효력 범위, 대지급금 공제 범위 등이 주요 쟁점이 됩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주었고, B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확정했습니다.

3. 법률 조력: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권리 찾기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건설 일용직 노동자가 법적 구제를 받는 과정은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중요합니다.

  • 근로자(원고 A씨) 측면:
    • 노동조합: 건설 관련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다면, 조합을 통해 상담 및 법률 지원(노무사, 변호사 연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공인노무사: 노동청 진정/고소 단계나 노동위원회 관련 절차(해당 시)에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변호사: 민사소송 제기 및 수행을 위해서는 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직상수급인의 연대 책임 등 복잡한 법리 주장이 필요합니다.
    •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 공단이나 노동인권단체 등을 통해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 상담 및 소송 구조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사용자(피고 B사, C씨) 측면: 건설사 B사는 사내 법무팀이나 외부 로펌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했을 것입니다. 개인사업자 C씨는 형사 처벌까지 받은 점, 임금체불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변호사 선임 여력이 불확실할 수 있습니다.

 

4. 법원의 판단 논리 심층 분석: 세 가지 핵심 쟁점에 대한 명쾌한 정리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을 그대로 확정하며, B사의 주장을 세 가지 측면에서 모두 배척했습니다.

  • 판단 1: 직상수급인 B사의 연대 책임 인정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적용)
    • 법률 규정의 취지 강조: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이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미등록 건설사업자)'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을 때, 그 '직상수급인'에게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임금 지급 책임을 지우는 규정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규정의 입법 취지는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고, 원청(직상수급인)에게 하수급인 선정 및 관리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려는 데 있습니다.
    • 요건 충족 확인: 이 사건에서 ① 건설 공사였고, ② 최소 2차례 이상 도급(원청 추정 → B사 → C씨)이 이루어졌으며, ③ C씨는 건설산업기본법상 등록된 건설업자가 아니었고(미등록), ④ C씨가 A씨의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형사 판결 등으로 명백히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B사가 C씨의 '직상수급인'으로서 연대 책임을 부담하는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판단 2: 임금 일부 지급 '합의' 주장의 배척 (합의의 효력 범위 제한)
    • B사의 주장 요지: B사가 C씨 소속 근로자들에게 체불 임금의 50%를 우선 지급하기로 C씨와 합의했으므로, B사의 책임은 이행되었거나 최소한 절반으로 줄었고, A씨는 나머지 50%에 대해 B사에게 청구할 수 없다(부제소 합의)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 법원의 해석: 법원은 해당 합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는 B사와 C씨 사이의 내부적인 정산 약속 및 C씨가 B사에 대한 이의 제기를 포기하는 내용에 가깝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① B사가 우선 50%를 지급하고, ② C씨는 추후 원청(B사의 발주처)으로부터 B사가 공사대금을 정산받으면 그 돈으로 나머지 50%를 책임지기로 하며, ③ 그 과정에서 C씨는 B사에게 공사대금 지급 지연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았습니다.
    • 핵심: 법원은 이 합의 과정에 A씨가 직접 참여하여 자신의 'B사에 대한 나머지 50% 임금 청구권'까지 명시적으로 포기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로자의 임금 채권 포기는 매우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명시적인 의사 표시가 없는 한 함부로 포기 의사를 추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합의는 A씨의 B사에 대한 연대 책임 전부를 면제시키는 효력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 판단 3: 대지급금 공제 주장의 배척 (대지급금과 임금 채권의 관계)
    • B사의 주장 요지: A씨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대지급금(700만원 주장)을 받았으므로, B사가 연대하여 지급해야 할 체불 임금 총액에서 이 금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대지급금 제도의 성격과 지급 범위를 명확히 했습니다. 대지급금은 국가가 체불 사업주를 대신하여 '특정 기간'의 '일부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대지급금을 받았다고 해서, 그 금액이 해당 근로자의 '전체 체불 임금 채권'과 동일시되거나 다른 기간의 임금 채권을 변제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 구체적 적용: 법원은 A씨가 받은 대지급금은 전체 체불 기간(9개월) 중 특정 시기(2021년 10~11월 진주 현장)의 임금에 대한 것이며, 그 액수도 B사가 주장한 700만 원이 아닌 약 200만 원에 불과하다고 사실관계를 확정했습니다. 따라서 A씨가 청구한 총 체불 임금 2,710만 원에서 공제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약 200만 원(대지급금으로 이미 변제된 특정 기간 임금 부분)에 그치며, 나머지 기간의 임금 채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B사의 주장처럼 전체 대지급금 수령액을 총 체불액에서 무조건 공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5. 핵심 법률 개념 해설

  • 임금체불: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정해진 시기에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
  •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미등록 사업자)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임금 지급 책임을 진다는 규정. 근로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조항입니다.
  • 직상수급인: 도급 관계에서 바로 위 단계의 수급인(원청).
  • 하수급인: 직상수급인으로부터 도급을 받은 아래 단계의 수급인(하청). 이 사건 C씨는 B사의 하수급인입니다.
  • 연대 책임 (Joint and Several Liability): 여러 채무자가 동일한 채무에 대해 각자 전부를 이행할 책임을 지는 것. 채권자는 어느 채무자에게든 전부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미등록 건설사업자: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고 건설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는 사업자. 불법 하도급의 주된 유형 중 하나입니다.
  • 도급계약: 당사자 일방(수급인)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도급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 건설공사 도급이 대표적입니다.
  • 일용직 노동자: 고용 기간을 하루 단위로 정하여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노동자.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임금 보호를 받습니다.
  • 대지급금 (Substituted Payment by State): (구)체당금. 기업의 도산, 회생절차 또는 사업주의 임금 지급 능력 부족 등으로 임금·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국가(근로복지공단)가 사업주를 대신하여 일정 범위 내의 체불 임금·퇴직금을 지급하는 제도. 국가가 지급 후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합니다. 지급 대상과 범위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 부제소 합의 (Agreement Not to Sue): 특정 분쟁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 효력이 인정되려면 합의 내용이 명확하고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야 하며, 특히 임금 등 강행 법규 관련 권리 포기는 엄격하게 해석됩니다.

 

6. 사실관계의 명확한 이해: 다단계 하도급과 보호 장치

  • 하도급 구조: 이 사건은 최소 3단계 이상의 하도급 구조(원청 추정 → B사 → C씨)를 전제로 합니다. 건설 현장의 복잡한 하도급 구조는 종종 하위 단계 근로자의 임금체불 위험을 높입니다.
  • C씨의 지위: C씨는 개인사업자로서 B사로부터 하자보수 공사를 도급받았고, A씨를 직접 고용했습니다. 결정적으로 C씨는 '미등록' 건설사업자였습니다.
  • B사의 책임 근거: B사가 C씨의 '직상수급인'이고 C씨가 '미등록' 사업자였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B사에게 '연대 책임'이 발생했습니다. 만약 C씨가 등록된 건설업자였다면 B사의 연대 책임은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단, 예외적인 경우 가능)
  • 법원의 역할: 법원은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살려, 형식적인 계약 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보호하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했습니다.

 

7. 건설업 하도급 관리 및 근로자 보호: 제도적·실무적 과제

이 판결은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다단계 하도급과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 원청(직상수급인)의 역할 및 책임 강화:
    • 하수급인 선정 시 검증 강화: 하수급인의 건설업 등록 여부, 재정 상태, 기술 능력, 과거 임금체불 이력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특히 미등록 사업자와의 계약은 법적 위험(연대 책임 등)을 초래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 하도급 대금 적정 지급 및 관리 감독: 하수급인에게 공사 대금을 적기에 지급하고, 하수급인이 노무비(임금)를 제대로 지급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예: 노무비 구분 관리 및 지급 확인제)을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 연대 책임 리스크 관리: 미등록 사업자에게 하도급을 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임금체불 연대 책임 리스크를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보증 등)을 마련하거나 가급적 미등록 사업자와의 거래를 피해야 합니다.
  • 근로자 권익 보호 강화:
    •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의무화: 일용직 근로자라 할지라도 근로 조건(임금, 지급 시기 등)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고 교부해야 합니다.
    •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매달 임금 지급 시 총액, 공제 내역 등을 상세히 기재한 명세서를 교부하여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 신속한 권리 구제 절차 안내 및 지원: 임금체불 발생 시 근로자가 노동청 신고, 대지급금 신청, 법률 구조 요청 등 이용 가능한 권리 구제 절차를 쉽게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와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 제도 개선 노력:
    • 불법 하도급 근절: 미등록 사업자에게 공사를 발주하거나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중간 착취가 발생하는 구조를 근절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및 단속 강화가 필요합니다.
    • 직상수급인 책임 범위 확대 논의: 현행법은 '미등록' 하수급인의 경우에만 직상수급인 연대 책임을 원칙으로 하지만, '등록' 하수급인의 체불에 대해서도 직상수급인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8. 결론: 법 규정의 엄격한 적용으로 건설 근로자 보호 강화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 문제로부터 일용직 등 취약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입법 취지를 재확인하고, 그 적용 요건과 효과를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직상수급인이 미등록 건설사업자인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의 체불 임금에 대해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원청(직상수급인)에게 하수급인 선정 및 관리에 대한 더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와 책임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제시한 애매한 합의나 대지급금 수령 사실만으로 근로자의 핵심적인 권리인 임금 채권이 쉽게 소멸하거나 감액되지 않음을 확인함으로써, 근로자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판결은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법 하도급 및 임금체불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여 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건설 노동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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