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김주환의 <그릿> 깊이 읽기: 성취와 행복의 열쇠, 마음근력 기르기

오픈에어워커이기도 2025. 4. 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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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교수의 <그릿> 전면개정판은 12년 전 처음 소개했던 '그릿' 개념을 최신 뇌과학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새롭게 정립하며, 인간의 성취력과 행복의 비밀을 파헤치는 책입니다. 저자는 <회복탄력성> 이후 많은 독자들이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인 해법을 원한다는 점에 주목했고, 특히 시험을 앞둔 학생부터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원하는 '성취력 향상'의 근본적인 열쇠를 탐구했습니다. 그 결과, 단순한 열정과 끈기를 넘어선, 보다 포괄적이고 과학적인 개념으로서의 '그릿', 즉 '마음근력'을 제시합니다.

 

저자가 새롭게 정의한 그릿(GRIT)은 "Growing through Relatedness + Intrinsic motivation + Tenacity"의 약자입니다. 이는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Growing)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적인 마음근력, 즉 자기 자신을 조절하고 다스리는 힘인 ‘자기조절력(Tenacity)’,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힘인 ‘대인관계력(Relatedness)’, 그리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열정을 가지고 나아가는 힘인 ‘자기동기력(Intrinsic motivation)’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 세 가지 마음근력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학업 성취를 포함한 인생 전반의 성공과 행복을 이끌어내는지를 뇌과학적 원리와 다양한 연구 결과, 실제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책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공부와 성취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들을 깨뜨리는 데 할애됩니다. 저자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성적 향상을 위해 극성을 부리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세 가지 대표적인 착각을 짚어냅니다.

첫째, ‘지능과 성적은 유전된다’는 오해입니다. 물론 유전적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환경적 요인, 특히 스트레스 경험(네덜란드 겨울 기근 연구 사례 등)이 후성유전학적으로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지능이나 성적에 미치는 유전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제한적(성적 차이의 약 25% 정도만 설명)이라고 말합니다. 나머지 75%는 동기부여, 노력, 환경 등 비지능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둘째, ‘지능은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오해입니다. 저자는 캐럴 드웩의 연구를 바탕으로 능력은 고정되어 있다는 ‘능력불변믿음(Fixed Mindset)’과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는 ‘능력성장믿음(Growth Mindset)’을 비교합니다. 능력불변믿음을 가진 아이들은 어려운 과제를 회피하고, 실패를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해석하며, 심지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점수를 속이는 행동까지 보일 수 있습니다. 반면, 능력성장믿음을 가진 아이들은 도전을 성장의 기회로 여기고 꾸준히 노력합니다. 따라서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칭찬하기보다 노력과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 능력성장믿음을 키우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셋째, ‘일찍부터 선행학습을 시켜야 유리하다’는 오해입니다. 저자는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학습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배우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이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강압적인 선행학습은 오히려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학업 성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놀면서 자발성과 창의성을 키운 아이가 학업에서도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일 수 있으며(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어릴 때 영재 소리를 듣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평범해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오해들을 바로잡으며 저자가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릿’, 즉 마음근력의 중요성입니다. 성공적인 삶, 뛰어난 성취를 이끄는 것은 타고난 지능이나 재능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내면의 힘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힘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책은 이 마음근력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 자기조절력, 대인관계력, 자기동기력 – 를 각각 심도 있게 다룹니다.

 

‘자기조절력’은 목표 달성을 위해 충동적인 감정이나 즉각적인 만족 추구를 억제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입니다. 이는 뇌의 전전두피질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저자는 이 기능이 약한 아이들은 공부하고 싶어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문제). 자기조절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는 명상이나 마음챙김과 같은 ‘자기참조과정’ 훈련, 감정 인식 및 조절 연습(편도체 안정화),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 등을 제시합니다. 또한 부모가 먼저 자신의 자기조절력을 키우고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대인관계력’은 타인과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능력입니다. 저자는 건강한 인간관계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며, 특히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학생들에게는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고3병에 안 걸리는 방법). 부모와의 따뜻한 정서적 교감, 친구들과의 우정 등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뇌 발달과 회복탄력성, 그릿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소통의 두 축인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는 법, 그리고 감사일기 쓰기와 같은 구체적인 훈련법을 통해 대인관계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친구가 많은 아이가 공부도 잘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뒷받침합니다.

 

‘자기동기력’은 외부의 보상이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내면의 추진력입니다. 저자는 아이가 공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동기 부족이며, 이 동기는 ‘자율성’이 보장될 때 발현된다고 강조합니다. 부모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간섭하면 아이는 결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저자는 한 중학생에게 "공부가 너를 불행하게 한다면 얼마든지 안 해도 된다. 네 인생의 규칙은 네가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던 일화를 소개합니다. 놀랍게도 공부로부터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받은 아이는 얼마 후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즐겁게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라는 인식이 내재동기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저자는 '고통 없이는 얻는 것이 없다(No Pain, No Gain)'는 통념을 비판하며, 진정한 성취는 억지로 참는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과 의미를 느낄 때 가능하다고 역설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은 ‘시험 잘 보는 능력’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시험 불안증은 자기조절력 부족(편도체 과활성화)과 관련이 깊으며, 이는 기억 인출을 방해하여 실력 발휘를 어렵게 만듭니다. 규칙적인 운동, 시험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 갖기, 실수에 대한 두려움 줄이기 등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시험 보기 직전에 긍정적인 정서를 유도하는 것이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며, 시험 자체를 점수나 등수가 아닌 자신의 학습 과정을 점검하고 피드백하는 ‘소통’의 과정으로 여기는 연습(자가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제안합니다. 등수 올리기 같은 외부적인 목표 대신, 학습 계획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꾸준한 노력을 가능하게 합니다.

 

김주환 교수의 <그릿>은 결국, 아이를(그리고 우리 자신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뛰어난 성취를 이루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은 마음근력을 키우는 데 있음을 역설합니다. 이 책은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의 부모와 학생, 교사들에게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길을 뇌과학적 근거와 구체적인 실천법을 통해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성공 비법을 넘어,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우리 안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금 믿게 만드는 힘을 지닌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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