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전쟁, ASML·엔비디아에 타격…비축 수요 몰린 삼성·하이닉스에는 호재

미국과 중국 간의 계속되는 **관세 전쟁 (US-China tariff war)**과 미국의 강화된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은 타격을 입는 반면, 다른 기업은 수혜를 보는 등 업계 내에서도 명암이 갈리는 모습입니다. 관세 전쟁은 두 국가가 서로의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갈등을 벌이는 상황을 의미하며,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은 최근 예상보다 부진한 수주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로,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로 불릴 정도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극도로 미세한 회로 패턴을 새기는 장비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ASML의 수주 부진은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향후 수요를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설비 투자를 늦추거나 줄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특히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관세 불확실성이 반도체 설비 투자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엔비디아 (Nvidia)**는 미국의 새로운 수출 규제에 따라 자사의 AI 칩 H20의 중국 수출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올해 1분기에 약 55억 달러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반도체 칩을 설계 및 제조하는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 역시 AI 칩 MI308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약 8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AMD 또한 고성능 CPU와 GPU를 설계하는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최근 AI 반도체 시장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로 인해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반면,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는 올해 1분기에 예상치를 뛰어넘는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파운드리는 다른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받아 생산하는 사업을 의미하며, TSMC는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우려로 미국 내에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재고 비축 수요가 증가하면서 TSMC가 수혜를 본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 (Samsung Electronics) 역시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6조 6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갤럭시 S25 출시 효과와 더불어 관세 시행을 앞두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하여 D램 (DRAM) 출하량이 급증한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이며, SK하이닉스 또한 주요 D램 및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급업체로서, 미중 무역 갈등 심화 속에서 메모리 반도체 비축 수요 증가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D램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주기억 장치로 사용되는 핵심 반도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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