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대를 잡고 달리다 문득 엉뚱하게도 <흑백요리사>를 떠올린다.
그 요리 예능을 보며 나는 음식의 진가, 그리고 '대접'의 본질에 대해 눈을 떴다. 재료를 손질하는 그 지독한 정성이 결국 음식을 먹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는 사실. 그렇다면 대접받는 사람 또한 마땅히 예의를 갖춰야 한다.
나는 식당에 가면 식탁 위에 지저분한 냅킨을 남겨두지 않는다. 따로 모아 휴지통에 버리거나, 아예 주머니에 넣고 나온다. 그것이 이름 모를 밥집 사장님께 내가 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의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머문 식탁이, 배를 채우자마자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꼴은 차마 보고 싶지 않았다.
화면 속, 요리에 미친 듯이 몰입하는 요리사들. 그들의 지독한 열정이 보기 좋았다. 그 뜨거운 '에로스 이펙트(Eros Effect)'가 밤길을 달리는 나에게도 전이되길 바라며 화면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나도 운전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왕 핸들을 잡은 거, 조금 더 안전하게, 조금 더 편안하게. 마치 최고급 요리를 서빙하듯 말이다.
물론 현실의 재료들은 그리 싱싱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나의 정성과는 상관없이 차 안에서 담배를 꼬아 물거나, 사기를 치려 들거나, 정당한 경유비를 떼어먹으려는 '상한 재료' 같은 손님들. 조금이라도 엘리베이터와 가깝게 대려고 "좌로, 우로, 더 직진"이라며 수십 번의 디렉션을 쏟아내는 무례한 이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제 나는 저항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창문을 열고, 도를 넘으면 고소를 하고, 센터에 전화해 떼인 돈을 정산받는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묵묵히 나의 '귀가 서비스'라는 요리를 완성해 그들에게 내놓는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 할 일을 완수하는 것. 오, 쓰고 보니 나름 <흑백요리사>의 한 장면 같지 않은가.
제네시스 세단 전기차를 시승해봤는데 거대기함 불구, 민첩성이 좋았다. 테슬라 화면터치식 기어 변속 suv모델이었고 차안에는 담배냄새 가득했지만, 주행중에는 담배를 태우지 않으셨다. 감사하다.
'서울대리운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행복 (0) | 2026.02.02 |
|---|---|
| 한파주의보와 내복 (1) | 2026.01.28 |
| 포르쉐GTS 벤츠 K3클래스 포드 디펜더 (1) | 2026.01.15 |
| The Pathetic Duty of Being an Adult (1) | 2026.01.14 |
| 쫄 (0) | 2026.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