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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면 괜찮을까? 미국행 꿈꾸는 한국 간호사들, 왜 늘고 있나

오픈에어워커이기도 2025. 5. 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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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혹시 주변에 미국 간호사를 꿈꾸며 외국어 공부에 매진하거나, 시험 준비로 바쁜 간호사 지인이 있으신가요? 최근 우리나라 간호사들 사이에서 더 나은 근무 환경과 미래를 찾아 해외, 특히 미국으로 떠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한번 따볼까?' 하던 자격증이 이제는 현실적인 '탈출구'로 여겨지고 있는 걸까요?

급증하는 미국 간호사 시험 응시자, 한국은 세계 5위

실제로 통계를 보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인 '엔클렉스(NCLEX)'에 응시하는 한국인의 수가 지난 5년 사이에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해요. 2019년에는 800명 수준이었던 응시자가 2023년에는 역대 최다인 3천 명을 훌쩍 넘었고, 작년인 2024년에도 2천 6백여 명이 이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필리핀, 인도, 케냐, 네팔 다음으로 많은 숫자라고 하니,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엔클렉스(NCLEX, National Council Licensure Examination)**란 무엇일까요? 엔클렉스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정식 간호사(Registered Nurse, RN) 또는 실무 간호사(Licensed Practical/Vocational Nurse, LPN/LVN)로 활동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국가 공인 면허 시험입니다. 이 시험의 주된 목적은 간호사가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었는지 평가하는 데 있습니다. 미국 간호대학 졸업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다른 국가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해당 국가의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들도 소정의 절차를 거쳐 응시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험은 컴퓨터를 통해 응시자의 정답률에 따라 문제 난이도가 조절되는 방식(CAT, Computerized Adaptive Testing)으로 진행되며, 간호 지식 전반과 임상 상황에서의 판단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한국 간호사들에게 엔클렉스 합격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 자격을 취득하여 미국 등 해외에서 새로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관문이 되는 셈입니다.

엔클렉스 시험은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치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응시자들은 괌이나 사이판 같은 미국령 지역, 혹은 일본이나 대만까지 직접 가서 시험을 봐야 하는데요. 시험 접수비와 예약비만 해도 우리 돈으로 약 70만 원에 달하고, 여기에 항공료와 숙박비까지 더하면 한 번 시험을 보는 데 150만 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여러 번 도전하는 경우도 많으니, 그 비용과 노력은 상당하겠죠. 그런데도 응시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 진출에 대한 간절함이 크다는 의미일 겁니다.


왜 한국을 떠나려 할까? 그들이 말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간호사들이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가며 바다 건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걸까요?

  1. 번아웃, 만성화된 격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인력 충원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고, 과중한 업무는 일상이 되어버렸죠. 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간호사는 "일은 너무 힘들어졌는데 인력은 그대로라 더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에 엔클렉스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고 합니다.
  2. 불안정한 의료 현장과 채용 축소: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의사와 정부 간의 갈등, 즉 '의정 갈등' 역시 간호사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의정 갈등'이란 보통 의료 정책을 둘러싸고 의사 단체와 정부 보건 당국 사이에 발생하는 여러 갈등 상황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문제, 의료 수가(진료비) 조정 문제, 특정 의료 행위에 대한 규제 변경, 혹은 의료 전달 체계 개편 등 민감한 정책들이 발표될 때 주로 발생하곤 합니다. 이러한 갈등이 심화되면 의사들이 파업이나 진료 축소 등의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하는데, 이 경우 병원 운영에 직접적인 차질이 생기게 됩니다. 환자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남아있는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 경영 악화로 이어져 신규 채용이 줄거나 기존 인력에 대한 투자도 위축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간호사들에게 직업적 불안감과 함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곤 합니다.한 '웨이팅게일' 간호사는 언제 병원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한국에서 임상 경험을 쌓은 뒤 기회가 되면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3. 간호사들에게 인기 있는 대형 병원들조차 수익 악화를 이유로 간호사 신규 채용을 크게 줄이면서, 어렵게 간호사가 된 젊은이들이 발령도 받지 못하고 무기한 대기하는 이른바 '웨이팅게일' 신세가 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서 **'웨이팅게일(Waiting-gale)'**이란 용어가 등장하는데요, 조금 더 설명해 드릴게요. '웨이팅게일'은 '기다림(Waiting)'과 간호사의 대명사인 '나이팅게일(Nightingale)'을 합쳐 만든 신조어입니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통해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뒤, 병원 채용 시험에도 합격했지만 정식 발령을 받지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태에 놓인 신규 간호사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특히 대형 병원들은 미래의 인력 수요나 기존 간호사들의 이직률 등을 고려해 한 번에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병원의 실제 인력 운용 계획이나 예산 상황에 따라 이들의 정식 발령이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지연되기도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신규 간호사들은 정식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간호사로서의 직무 감각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며, 때로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러한 '웨이팅게일' 현상은 간호 인력 수급 불균형의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신규 간호사들이 더 나은 대안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보험용'을 넘어 '실행'으로 옮겨지는 해외 취업

과거에는 엔클렉스 면허를 '혹시 모르니 일단 따두자'는 식의 '보험용'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실제 해외 취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미국 간호사 취업 중개 업체 관계자는 과거 1년에 20~30건 정도였던 계약이, 올해는 불과 몇 달 만에 60건을 훌쩍 넘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의 의료 현장은 괜찮을까? 간호 인력 부족 우려

이러한 간호사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앞으로 심각한 간호 인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미 2035년까지 우리나라에 약 5만 6천 명의 간호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고된 업무 환경과 불안정한 미래 속에서 더 나은 길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간호사들의 선택을 개인의 '꿈'을 향한 도전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그 이면에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한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소중한 생명을 돌보는 간호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국내 의료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처우 개선과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이 땅에서 희망을 찾지 못해 떠나는 발길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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