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음극재의 원료, 흑연 시장에서 중국의 압도적인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섰습니다. 국내 흑연 생산 기업에 한시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인데요, 어려움을 겪던 국내 음극재 산업, 특히 포스코퓨처엠에게 숨통이 트일지 주목됩니다..
중국 의존도 90%, 흑연 공급망의 현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 그리고 그 음극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원료가 바로 흑연입니다. 문제는 이 흑연의 공급망을 중국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흑연 공급량의 약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음극재 완제품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95%에 육박합니다(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자료).
- 흑연(Graphite)이란? 연필심의 재료로 잘 알려진 탄소 덩어리입니다. 전기가 잘 통하고 열에 강한 특성 덕분에,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리튬 이온을 저장했다가 내보내는 음극(-)의 핵심 소재로 사용됩니다.
- 음극재(Anode Material)란? 배터리의 음극(-)을 만드는 소재를 말합니다.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 용량에 큰 영향을 미치며, 현재 대부분 흑연으로 만들어집니다.
- 이차전지(Secondary Battery)란? 한 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일차전지)와 달리, 충전을 통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말합니다. 전기차,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대표적입니다.
중국은 단순히 자원이 풍부한 것을 넘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원가에 가까운 낮은 가격으로 음극재를 공급하는 '저가 공세'를 펼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 저가 공세(Low-price Offensive)란? 경쟁사를 시장에서 몰아내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제품 가격을 매우 낮게, 때로는 생산 원가보다도 낮게 책정하여 판매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정부의 결단, '경제안보' 차원의 보조금 지원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국내 공급망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생산 보조금'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에는 '고위험 경제안보 품목'에 대한 국내 생산 지원 사업이 포함되었고, 여기에 흑연과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무수불산 등이 대상 품목으로 지정됐습니다.
- 추가경정예산안(Supplementary Budget Bill)이란? 정부가 원래 편성했던 예산 외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입니다. 예상치 못한 경제 상황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됩니다.
-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란? 국가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위협하는 외부 요인(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공급망 불안 등)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핵심 산업의 국내 생산 기반 유지가 중요합니다.
이번 보조금은 국내에서 흑연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과 외국(주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단가의 차액 중 최대 70%까지, 2년 동안(2026년까지)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올해 배정된 예산은 총 146억원입니다.
포스코퓨처엠, 가뭄 속 단비 될까?
국내 유일의 음극재 생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정부 지원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전망입니다. 포스코퓨처엠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를 염두에 두고 일찍부터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준비해왔습니다.
- IRA(Inflation Reduction Act)란? 미국의 법률로, 기후 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 및 핵심 광물을 북미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 FEOC(Foreign Entity of Concern)란? IRA 규정 중 하나로, '해외 우려 기업'을 의미합니다. 사실상 중국 등 특정 국가의 기업을 겨냥한 조항으로, FEOC가 만들거나 조달한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산 흑연 사용 제한(FEOC 규정)이 당초 올해(2025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값비싼 인조흑연 공장을 짓고 아프리카에서 천연흑연을 들여오는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흑연에 대한 FEOC 규정 적용 시점을 2027년으로 2년 유예하면서 상황이 꼬였습니다.
- 인조흑연(Artificial Graphite)이란? 석탄이나 석유 찌꺼기 등을 원료로 하여 인공적으로 고온에서 가공해 만든 흑연입니다. 천연흑연보다 성능이 균일하고 수명이 길지만 가격이 비쌉니다.
- 천연흑연(Natural Graphite)이란? 땅속에서 채굴한 자연 상태의 흑연입니다. 인조흑연보다 저렴하지만, 배터리 소재로 쓰기 위한 가공(정제, 구형화 등)이 필요하며 이 가공 공정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습니다.
FEOC 규제 유예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당장 비싼 국산 음극재를 써야 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사업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지난해 음극재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급감했고(2217억원 → 1543억원), 판매량 감소와 판가 하락으로 사업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공장 가동률도 3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공장 가동률(Plant Utilization Rate)이란? 공장이 보유한 생산 능력 대비 실제 생산량을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가동률이 낮다는 것은 생산 설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통 수요 부진이나 재고 증가 등을 시사합니다.
2년의 시간, 경쟁력 회복의 발판 마련
이번 생산 보조금은 FEOC 규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까지 2년 동안 포스코퓨처엠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생산 기반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흑연 생산 보조금이 지급되면 음극재 사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FEOC 규정이 적용되고 아프리카산 흑연을 활용한 생산이 본격화되는 2027년 이후에는 사업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결론
정부의 흑연 생산 보조금 지급 결정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국내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단기적으로는 포스코퓨처엠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고, 장기적으로는 다가올 IRA 규제 환경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흑연 #음극재 #이차전지 #배터리소재 #정부보조금 #공급망 #경제안보 #포스코퓨처엠 #탈중국 #IRA #FEOC #배터리산업
'재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美 관세 전쟁, 또 애플만 웃나? 트럼프 '애플 봐주기' 논란 속 삼성의 고민 (KBS 보도) (2) | 2025.04.19 |
---|---|
한국 최초 '1억 구독자' 탄생! 쇼츠 채널 '김프로', BTS 넘고 하루 6억 수익? 비결은? (0) | 2025.04.19 |
496% 폭등한 정치테마주, 한국거래소 경고에 급등세 꺾였다 (0) | 2025.04.17 |
美 태양광 관세 면제 소식에 한화솔루션 등 20%대 급등! (0) | 2025.04.17 |
고립 대신 교류, 배움이 있는 노후: '대학 캠퍼스 은퇴촌(UBRC)', 제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0) | 2025.04.16 |